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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박준의 ‘유월의 독서’ 해설

  • 입력 2024.06.20 18:48
  • 댓글 0

유월의 독서 / 박준

 

그림자가

먼저 달려드는

산자락 아래 집에는

 

대낮에도

불을 끄지 못하는

여자가 살고

 

그 여자의 눈 밑에 난

작고 새카만 점에서

나도 한 일 년은 살았다

 

여럿이 같이 앉아

울 수도 있을

너른 마당이 있던 집

 

나는 그곳에서

유월이 오도록

꽃잎 같은 책장만 넘겼다

 

침략과 주름과 유목과 노을의

페이지마다 침을 묻혔다

 

저녁이 되면

그 집의 불빛은

여자의 눈 밑 점처럼 돋아나고

 

새로 자란 명아주 잎들 위로

웃비가 내리다 가기도 했다

 

먼 능선 위를 나는 새들도

제 눈 속에 가득 찬 물기들을

그 빛을 보며 말려갔겠다

 

책장을 덮어도

눈이 자꾸 부시던

유월이었다

 

 

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그림자를 드리우는 산자락 아래위치한 집은 낮에도 어두컴컴해서 불을 밝혀야 했습니다. 화자는 그 집에서 사연 많은 여인 곁에 머물며 유월을 보냈습니다. 유월은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이자 세상 모든 것들이 절정을 향해 피어나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갓 성년에 접어든 청춘에 비유될 수 있는 시기이지요. 그 시절의 독서는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을 살다 나오게 됩니다. 화자는 그 집의 불빛여자의 눈 밑 점처럼 돋아날 때까지 유목과 노을의/ 페이지마다 침을묻혀가며 읽었다고 고백합니다. 눈 밑에 점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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