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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유희경의 ‘내일, 내일’ 해설

  • 입력 2024.06.1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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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일 / 유희경

 

   둘이서 마주 앉아, 잘못 배달된 도시락처럼 말없이. 서로의 눈썹을 향하여 손가락을, 이마를, 흐트러져 뚜렷해지지 않는 그림자를, 나란히 놓아둔 채 흐르는

   우리는 빗방울만큼 떨어져 있다 오른뺨에 왼손을 대고 싶어져 마음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둘이 앉아있는 사정이 창문에 어려 있다 떠올라 가라앉지 않는. 生前의 감정 이런 일은 헐거운 장갑 같아서 나는 사랑하고 당신은 말이 없다

   더 갈 수 없는 오늘을 편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 손끝으로 당신을 둘러싼 것들만 더듬는다 말을 하기 직전의 입술은 다룰 줄 모르는 악기 같은 것 마주 앉은 당신에게 풀려나간, 돌아오지 않는 고요를 쥐여 주고 싶어서

   불가능한 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뒤를 돌아볼 때까지 그 뒤를 뒤에서 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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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흐릅니다. 헤어짐의 순간이 온 것입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무엇이 이 두 사람 사이에 불가능한 거리를 만들었을까요…… 더는 내일을 이야기할 수 없는 관계, 두 사람은 그림자를, 나란히 놓아둔 채” “말이없습니다. 아직 마음이 남아있는 쪽은 상대에게서 풀려나간” “고요만 움켜쥔 채 울음을 삼키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는 상대가 떠나고 뒤를 돌아볼 때까지슬픔이 된 고요를 놓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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