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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폐교돼 명칭만 남은 초등학교와 고향 소멸!

  • 입력 2024.05.07 09:42
  • 수정 2024.05.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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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베어지고 없구려(1절).” 이은상 작시, 홍난파 작곡 ‘옛동산에 올라‘다.

필자는 4월말 부안 변산반도에 들렀다. 10남매가 태어난 고향집 사랑채(행랑채)가 누전으로 반소됐기 때문이다. 철거하려 했으나 쓰린 마음은 마찬가지다. 부안군 하서면에서 가장 오래된 모교 하서초등(옛 국민학교)도 건물·부지는 폐교돼 둘러보기 위해서다.

하서초등 장신분교가 장신초등이 된 다음, 백련초등과 장신초가 먼저 합병했다. 이어 하서초등 건물과 부지는 폐교됐고, 장신초등을 신축해 하서초등이란 명칭으로 재탄생했다.

고향집은 사랑채 대문까지 타버리고 창고만 남았다. 대문 안쪽은 온 가족이 여름날 더위를 식히거나 음식을 먹던 곳이다. 본채와 별채는 화마를 피했으나 형제자매가 모두 타지에 살다보니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형제 중에 한 명에 팔려고 했던 부지와 건물이다. 그러나 매입자가 없었다. 자칫 1가구 2주택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다. 부지에 농지가 끼어 고향집을 사도 농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생존 형제자매도 대부분 60대말부터 80대다. 늙을수록 큰 병원 옆에 살아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가 가장 크다. 문화·생활 시설 차이도 크다. 도회지에서 고향에 돌아갈 형제가 없다.

집 마당과 뒤편 장독대 주변도 잡풀과 잡목으로 우거졌다. 대형 장독 몇 개만 남아 작고하신 어머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허망·허무·허탈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백여 가구 6백여 명이 살았던 마을도 실제 거주인은 40여 가구 70명 정도다. 최고 젊은이가 70세이니 소멸이 눈앞이다. 천주교 성당과 감리교회가 있었으나 성당은 장기간 비어 있다가 최근 주택으로 개조한 듯싶다. 감리교회만 명맥을 유지한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조선 팔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은 마을이다. 계화도 간척 이전까지 수백m 동북쪽까지 밀물이 들어왔다. 호남평야·서해·변산으로 식량과 어염시초가 풍부했다. '생거부안 용어 시원지'. 과거 호수가 없던 청호마을은 훗날 140만 평 청호저수지 어원이 됐다.

“여우가 늙어갈 때 제 살던 굴 방향으로 머리를 둔다.” 는 수구초심도 마음뿐이다. 출향인 상당수가 타지 공원묘지에 묻힌다. 자식 성묘 불편을 덜기 위해서다. 죽어서도 고향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화장과 수목장 등 영향으로 고향 묘터를 찾는 사람도 드물다.

동네 좌청룡 낙락장송이 우거진 곳에 송호정이란 정자에 올랐다. 청호마을에 1957년 조부님이 세웠다. 마을 어른 여름 휴식처였다. 작년 가을에 외부 손님과 들렀다가 풀 때문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봄철이어 풀이 자라지 않아 오를 수 있었다. 정자에 들리는 주민도 거의 없다. 호남평야 일부인 정해평야 너머 변산을 바라봤다. 그 많던 분들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송호정은 능하 심사일(1879~1972)이 세운 정자다. 그는 일제시대 정읍 입암면에 차천자(차경석)가 세운 보천교 본당 이축 도(총)감독이었다. 서울 조계사 대웅전으로 재탄생케 했다. 현재 국가 무형문화재인 셈이다. 송호정에는 강암 송성용(1913~1999) 선생이 쓴 현판도 내걸렸다.

필자가 졸업한 하서초등에 들렀다. 폐교돼 건물과 부지만 남아 오가는 사람도 전혀 없다. 재학 중에는 두 개 반 120여 명씩 6학년까지 720여 명이 뛰놀던 운동장이다. 가을 운동회 때는 학부모 및 주민과 행상들로 넘쳐났다. 이제 면 전체가 텅 빈 느낌이다.

하서면에 있던 백련초와 장신초등이 통합한 데 이어 하서초등도 통합됐다. 1백억을 들여 증·개축한 옛 장신초 건물을 사용하는데 명칭은 하서초등으로 통합했다. 원래 하서초등은 폐교되고, 장신초등이 하서초등으로 재탄생했다. 조계사 대웅전과 비슷하다.

6학년까지 전체 학생은 31명이고 별도 부설 유치원생이 6명이다. 번성할 때 2천 명 안팎 3개 초등이 통합돼 31명이다. 1/60 수준이다. 교직원만 27명으로 학생과 비슷하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에 의하면, 2073년 전북인구는 45.3만이다. 전주 20만, 군산·익산 각각 7~8만, 부안군은 1만 안팎으로 추산된다. 부안읍 5천, 나머지 면은 3~4백 명으로 전락한다.

논밭 황폐화와 도심 유령 건물이 명약관화다. 들판은 AI로봇이 경작하고, AI로봇 사단장이 지휘하는 AI로봇 부대가 창설될 수 있다. 소비인구가 적어 논밭 황폐화도 전망된다.

‘꽃 피는 고향’이 소멸 마지막 단계다. “사람이 사라지면 산천 황폐화도 뻔하다.”/편집국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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